1. 유퀴즈?!

요즘은 유퀴즈가 아주 재밌다! 원래 티비도 잘 안보고 살았는데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도 견문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송지헌 자기였다. 조직에 있으면서도 조직원이 아닌 개인으로서 본질을 잊지 않고 살아나가는 모습이 나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위안이 됐다. 몸담은 조직 하나하나가 종착역이 아닌 인생을 완성하는 하나하나의 퍼즐로서 점점 멋진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것 같다.
오늘은 지하철 택배원 조용문님 에피소드를 봤는데, 지하철 역에 새겨진 복숭아 벽화를 보고서 ‘옛날에는 부천들녘이 복숭아 과수원이 있었던 풍성한 농촌이었나보다’ 라고 일기에 남기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부천시청역을 자주 지나치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하루의 긴 시간을 지하철 안에서만 보낸다고 생각하면 무료하고 시간도 아깝겠다 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분은 오히려 지하철 안에서도 듣고 보이는 것을 모두 특별하게 생각하시고 기록으로 남길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로 나라밖 세상밖 이야기도 접하시고, 수많은 유동인구를 만나시고 있었다. 어떤 환경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배울 수 있고 쌓아나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기록의 중요성
요즘들어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게끔 만들어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쩌다 사장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아주머니,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기억상실증, 유퀴즈에서 오늘 본 에피소드도 그렇고.
오랜만에 지난 사진들을 보니 정말 재밌게 살아왔구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보내면서 내가 이렇게 컸는데, 완전히 잊고 지냈구나.
오늘 이렇게 무료한 날조차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면,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그렇게 정적이고 고요하게 혼자서 보냈던 시간이 나에게 아주 좋은 휴식이 되었구나, 라고 생각할 날이 있을 것 같다.
장장 5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쓴 일기들을 전부 처분했었다. 그때 나에게 일기는 내 감정을 쏟아내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홀로서기 위해 옆에 둬야만 하는 의지할만한 대상이였기 때문에 , 어느 순간 갑자기 일기를 써야만 삶이 정리가 되는 의존적인 느낌이 싫었다. 내가 과거에 한 선택을 참고하여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뜬구름 같은 생각들이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어도 잠을 잘 잔다. 일기를 쓰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무조건 쏟아내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오늘 느낀 몇가지 중요한 생각을 정리한다. 단어와 표현 하나하나 신중하게 쓰다보니 예전만큼 길게 써지지는 않고 딱 한줄에 그칠때도 있다. 영 쓰고 싶지 않은 날에는 일기를 쓰고싶지 않은 날이다. 하고 남긴다 ㅎㅎ 오늘 내가 이렇게 남긴 일기가 나중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내가 이미 이겨낸 문제들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 때의 내가 듣고싶었을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줘야 도움이 될까? 하는 데에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그런 사람들을 답답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3. 영화 터미널
빅터에게 터미널 생활은 신이 주신 기회. 톰행크스 정말 이런 역할 너무 잘 어울린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딱 맞는 배우! 공항을 나갈 때는 유창한 영어에, 배웅해주는 사람들에, 빅터 발 따뜻하라고 주는 사람들 선물에, 사랑하는 여자에! 평생 잊지 못할 일이다.
박터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기다렸다. 기다림의 상황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지도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면서. 유쾌하게!
기다림 끝에 뉴욕에 가서 목표를 이룰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뉴욕에 가지 못하고 크라코지아로 돌아갔나다면 어땠을까? 뉴욕에서 빅터가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도장이 아닌 이 곳에서 보낸 9개월의 시간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시간들을 겪은 후에 도장을 받았기에 라운지바에서 듣는 재즈가 그토록 벅차올랐겠지? 도장 없이 집에 돌아간대도 빅터의 삶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지만, 그래도 빅터가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쪼록 포레스트 검프랑 겹쳐 보이는 장면들이 많았던 캐릭터인 것 같다.
또 하나 좋았던 부분은 그 여성이 결국은 다시 기다림을 선택하고 유부남을 만나러 가게 되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동안 나름대로의 성장을 이루어 헤어짐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빅터를 위해서도 아니였고,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기다림을 끝내고 홀로 서게 되는 과정이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