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 :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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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won Jeong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마카오에 있을 시간은 얼마든지 충분하니 천천히 보자고 여겼던 것들을 하나씩 둘러보기 시작했다. 열심히 사진 찍는 관광객들 보면서 나는 차피 보는 풍경이니 다음에 찍어야지 늘 미뤘는데. 갑자기 삼 일 밖에 남지 않았다니.

존재하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지.
무슨 이유가 있어 이 곳에 왔을테고,
이 넓은 세상에서 우리도 무슨 이유가 있어
지금 이렇게 만났을텐데.
-직장 선배

며칠 전 윈팔레스 호텔에서 봤던 생명의 나무 공연이 인상 깊었던 터라 이번엔 말로만 듣던 갤럭시 호텔 다이아몬드 쇼를 보러가기로 했다. (마카오 호텔은 저마다 각양각색 화려한 공연을 무료로 로비에서 보여주곤 한다.)

가장 무덥고도 무더웠던 마카오의 8월, 땀을 뻘뻘 흘리며 관예지에에서 흑당 버블밀크티 하나 사들고 갤럭시까지 걸었다.

가는 길에 절을 만나 ‘마카오에서 잘 지켜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인사도 하고 ㅎㅎ 갤럭시 그룹 산하에도 수많은 호텔이 있기 때문에 무척 넓다. 넓디 넓은 갤럭시 안을 헤매면서 예전에 갤럭시에서 일했다던 몇몇 동료들 생각도 했다

그렇게 로비 다이아몬드 분수 앞에 도착해 공연을 기다릴 때, 이미 주위는 사람들로 꽉 차 인산인해였다. 중국 각지에서 여행 온 사람들이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쇼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각. 쇼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듣던 것 만큼 감흥이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글쎄 그동안 이곳 저곳 화려하고 멋진 것들을 봐왔기 때문일까?

“음 음악도 멋지고 화려하긴 한데, 터지는 한 방이 없네.”

하고 생각할 때 쯤 주위를 둘러보니, 중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로 너무 해맑은 환호성과 함께 분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둡게 탄 피부에 귀여운 더벅머리를 한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들, 번쩍거리는 갤럭시 로비에 섞이지 않는 남루한 옷들을 입은 할아버지 할머니들, 한껏 치장하고 분수와 함께 셀카를 찍는 내 또래 여자들, 또 인파 속을 지나가다 우연히 쇼를 보았을 수도 있는 투숙객들

다이아몬드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너무나 순수하게 환호성을 지르는데 나는 그때 갑자기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 눌러쓴 모자 밑으로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나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당신들도 당신들의 나름대로 이렇게 좋은 곳 멋진 곳 화려한 것 보러 다니며 당신들의 공부를 하고 있구나. 그렇게 소양을 갖추고, 세상을 보는 안목도 키우고 있겠구나.

꼭 이 오성급 호텔에 숙박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멋지고 좋은 것들을 보러 다니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아무리 카지노라지만, 중국 국내에 이런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지역이 있는 것이 꼭 나쁘다고 볼 이유는 없겠다.

나는 이런 멋진 것들을 보는 환경이 너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쇼가 그냥저냥이네. 하고 돌아섰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을 그 시간 그 공간의 사람들을 통해 느꼈다. 나는 그게 내가 마카오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자기중심적인 내가, 우리 나라 사람들도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 것. 과거 얕은 기억에서 오는 짧은 편견으로만 대했던 한 국가의 이미지를 14억의 인민이 있는 곳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신기하게 아직까지 그 감정이 잊혀지지 않아 지금 이 글을 쓸 때도 눈물이 난다. 왜일까? 그곳에서 보았던 한명 한명이 내가 이곳 마카오에서 만난 적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보는 광경에서 익숙한 사람들의 삶을 떠올렸는지도 모르겠다.

경험이 가난하고, 교육이 제한되며, 그래서 생각이 단순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가진 지식을… 나는 마치 꿀을 빨아먹으러 날아다니는 벌처럼 날마다 사람을 바꿔가며 빨아먹었구나. 나에게는 사소했을 수 있는 그 지식이, 그들에게는 삶 전반이 담아 얻어낸 피땀의 지식이기도 하다.

울컥함이란 영혼이 원하는 신호라는 원장님 강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늘 스스로 이기적이고, 충분히 따뜻하지 않고, 못나고 욕심많은 면이 많다고 스스로 자책하지만, 이 울컥함의 신호는 내 안에 있는 남을 생각하는 마음,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이해하는 마음이 존재함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그 때 눈물은 생판 모르는 남을 보며 흘렸던 뜨겁고 맑고 깨끗했던 것이라, 앞으로 나는 아마 이 마음을 따라 살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25.10.04~10.10 일지

25.09.27~10.03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