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면 모두 그리운 추억이니까

Picture of Yewon Jeong

Yewon Jeong

1.

<천장지구> 라는 홍콩 영화를 모티브로 한 카페에 왔다. 생각 나면 광동어 노래도 듣는다. 거의 못 알아 듣지만 듣고 있으면 왠지 마카오에 있던 시절이 생각 난다.

그곳에 있을 때는 지금이 영화 같고 멋진 날들인지 잘 몰랐다. 버스 타면 헤드셋으로 차단하고 노래 듣고, 창밖은 잘 보지 않았던 날들도 많고, 이제 와서 연락 하는 인물도 하나 없다.

너무 낯설었기에 겁을 많이 먹었는데, 뒤늦게 귀국할 때 되니까 아련하고 그리웠다. 웃기게도 거기 있는 동안은 제대로 여행도 해본 적 없는데, 한국에 돌아온 후에야 홍콩 여행을 제대로 다녀왔다.

한국에 와서 오히려 더 아쉽고 미련이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중국 내륙 여행도 더 가볼걸, 홍콩도 더 둘러볼걸, 레스토랑도 많이 다녀볼걸, 광동어도 더 배워볼걸 하고.

어쩔 땐 눈을 감고 그곳 호텔에서 힐 신고 뛰어다녔던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선 그저 하루 하루를 즐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 싶다. 이런 생각도 돌아와서 한숨 돌린 후에야 할 수 있는 생각들이다.

2.

늘 떠나고 나면 아쉬운 추억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은 많은 교훈을 얻었다.

구내 식당 메뉴 하나 하나 감사히 먹고, 쉬는 시간엔 롯데월드타워 산책도 하고, 메이크업 수업도 받으러 다녀보고, 럭셔리 브랜드 전시회도 가보고, 무엇보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때 귀 기울이기 등등.

어딘가에 속해 있을 땐 막상 빨리 다른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막상 다른 곳에 가게 되었을 땐 또 다른 걸 꿈꾸는 인생.

그러면 인생에서 좋은 순간은 다른 곳으로 가게 됐다는 소식을 듣는 그 짧은 찰나. 그 외의 시간은 전부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가짜 삶?

당장 내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자리에 있는 그 동안은 늘 충실하자

니가 있는 곳이 니 자리야. 이유는 나랑 만들면 되지

ㅡ미지의 서울

Take a deep breath, and do your own thing.

태권도 품새 연습할 때 자주 하는 생각

3.

2025년도 벌써 반이 지났다.

오늘의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락커에서 유니폼을 갈아 입고 머리를 단정히 묶던 나

서울의 예쁜 카페들을 다니며 공간에 녹아들던 오늘의 나

브러쉬를 모아서 조물조물 깨끗하게 세척하던 오늘의 나

집에 잔뜩 생긴 화장품을 이리 저리 조합해 보며 새로운 화장을 시도해보던 오늘의 나도.

태권도장 한켠에서 태극 1장 품새를 연습하던 나

내 앞의 사람과 맛있는 밥 먹으며 이야기 나누던 오늘의 나

지나고 보면 애틋하고 기특할테니 오늘의 나도 스스로를 기특하고 예쁘게 봐주자!

25.10.04~10.10 일지

25.09.20~09.26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