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지노 호텔에서 게이밍 고객이 아닌 일반 고객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반 고객, 즉 FIT(Free Independent Traveler) 고객들은 게이밍 고객과 달리 5성급 호텔 숙박요금을 전액 자기 돈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하고 또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텔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곧 카지노로서가 아니라 5성급 호텔 그 자체로서 얼만큼의 서비스 퀄리티를 갖추었는지 증명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버틀러는 FIT고객 중에서도 스위트룸 이상 클래스에 숙박하는 고객들을 담당한다.
FIT 고객들이 호텔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대부분 꼼꼼하고 실력 있는 버틀러가 담당하는데, 하루는 어쩌다 빌라에 묵는 FIT고객을 내가 담당하게 되었던 적이 있다.
FIT고객은 당연히 다른 선배들이 하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인수인계를 하시면서 “잘 할 수 있지?” 라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보며 설명하기에 당황했다. 혹시 손님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물으시기 라도 하면 어쩌지. 특히 비용에 대해 물으시면 나 진짜 모르는데.
그날은 그 분들이 체크아웃하시는 날인지라, 주된 업무는 매끄러운 Farewell(손님이 수월하게 체크아웃할 수 있도록 과정 전반을 책임지는 업무)이 될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에 비해 그날 그 분들에게 놀랍게도 매끄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그 분들도 만족하시는 듯한 느낌을 읽을 수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그날 아침부터 나를 도와준 사람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1. 선배 버틀러 : 내가 미리 대비할 내용 일러주심.
“예원아. 네가 billing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지금 오페라 켜서, 보증금은 얼마나 내셨는지, 카드인지 위챗페이인지, 지금까지 얼만큼 차감되었는지 살펴봐. 그리고 오늘 체크아웃이지? 리무진 예약 원하실 수 있으니 리무진 비용이 남은 디파짓으로 충분한지 살펴봐.”
2. 프론트 데스크
(호텔의 모든 billing을 담당하고 오페라를 가장 잘 다루는 부서=프론트)
오페라 화면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프론트 데스크 아는 동료를 찾아감
“오늘 처음으로 FIT손님 맡게 되었는데, 오페라에서 보면 billing을 알 수 있다는데 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ㅠㅠ 좀 알려줄 수 있을까?”
오페라 상의 알아보기 힘든 인터페이스와 축약어들을 하나 하나 풀어서 설명해줌.
3. 리무진 부서
리무진 부서에 전화해 차량 이용 시 대략 발생할 비용을 문의했다. 고객 일행들이 저마다 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에 각각 목적지 별로, 차종 별로 달라지는 가격을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큰 도움이 되어서 다음에도 써먹으려고 알려준 내용을 표로 정리해두었다. “큰 도움이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4.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손님들이 행선지를 항상 이야기하고 다니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손님들의 동태를 시시각각 알아서 체크해야 하는 것이 버틀러의 역할이다. 당시 조식시간이었기 때문에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 방문하여 혹시 손님들이 조식을 드시려 오시진 않았는지 확인했다. 아직 오시지 않았지만, 방문 시 직원이 전화 주기로 함. 그리고 실제로 얼마 후에 전화를 주었고, 이제 곧 다 드시고 일어나신다고 함
에스코트하러 가서 고객과 이런 저런 대화를 했다.
- 1. 오늘 체크아웃 하시는데, 인원이 많아 짐이 많으실 테니 저희가 짐을 내려드리겠습니다. 몇시에 대기 도와드릴까요?
- -> 대략적으로 체크아웃하실 시간 알 수 있음.
- 2. 차량 예약이 필요하신가요?
- -> 호텔 셔틀을 타고 마카오 시내 관광을 하고 싶어서 차량 예약이 필요 없다.
- 3. 나머지 일행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키즈 놀이방에 가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됨
- -> 지금 룸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음
5. 벨 보이
체크아웃 원하는 시간 정보를 얻었으니 그 시간에 벨보이, 러기지 트롤리와 함께 손님 룸앞에서 대기한다. 대기하면서 벨보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 손님 나오시기 전 손님 성함과 사진을 다시 함께 익혀본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처음 얼굴 보는 고객들 성함과 고객들 간의 관계까지 미리 알 수 있었다.
손님이 룸에서 나오시자 벨보이는 거의 7개에 달하는 캐리어를 트롤리에 싣고 함께 로비로 에스코트한다. 손님이 호텔 셔틀 정류장을 어떻게 가는지 잘 모르니 에스코트해줄 수 있냐고 물으셨다. 혼자서 그 많은 사람을 에스코트하면서 길 찾기가 두려워서 벨 동료에게 같이 가줄 수 있냐 물었는데 흔쾌히 같이 가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같이 셔틀을 기다려주고, 마지막 탑승하시는 순간까지 도맡아 도와주는 동료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단순 에스코트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호텔로 돌아올 때는 어디서 탑승해서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배차 간격은 어느 정도 되는지까지 하나하나 챙겨서 설명해드렸다.
“아 이정도 했으면 됐지. 여기서 더 하면 부담스러울 거야” 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렇게 추측하고 발을 빼던 습관도 내가 그런 성향이니까 다른 사람도 나랑 비슷하겠지 미루어 짐작했던 것이다. 막상 온 힘을 다해 도와준 벨 동료에게 손님들은 너무너무 고마워했다. 하나의 완벽해보이는 경험도 100%까지 완벽할 수는 없고 늘 개선할 수 있는 30%가 존재하는 것이다
(어떻게 호텔 셔틀 정류장의 위치를 모를 수 있냐ㅜㅜ죄송해요ㅠㅠ 길치인데 호텔 내부가 너무 미로같아서 루트가 너무 여러가지라 평소에 내가 다니는 길이 최선의 루트인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에스코트를 마치고 로비로 돌아가는 길에 벨 동료는 나에게 다시 최단 루트를 가르쳐주고 “예몬! (내 이름 광동어로 부르면 예몬이라고 함) 꼭 기억해~” 라고 하였고 “오늘 너가 없었으면 어떡할 뻔 했지? 너무너무 고마워!!!” 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6. 기타 호텔 소속 프로퍼티 ( 레스토랑 / 키즈 놀이방 )
손님들이 어제 드시다 남은 치킨을 관광지에서 드시려고 싸가시는데 일회용 젓가락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에스코트 하는 길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일회용 젓가락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물었고 레스토랑 직원 분이 인원 수 만큼 젓가락과 냅킨까지! 주셨다, 대부분 호텔 내 레스토랑은 전부 다 같은 호텔 소속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유동적이고 협조적이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었는데 먼저 키즈 놀이방에 놀러갔던 아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놀이방에 직접 전화를 해서 손님의 이름과 인상착의를 설명했고, 놀이방 직원이 아이들을 찾아 지금 로비에서 일행 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연락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달해주었다. 손님들은 연락이 닿았다는 말을 듣고 안도하셨다
7. 그 외
사실 그 분들은 컴플레인 고객이었다. 체크인하시던 날, 룸의 냄새가 심하다며 컴플레인을 거셨었고, 룸을 무료 업그레이드 해드리면서 새로운 룸을 빠르고 쾌적하게 준비하기 위해 하우스키핑 동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하는 것을 보았다. 이전 고객이 남기고 간 짙은 담배 냄새를 빠르게 빼기 위해 공기청정기 여러 대를 가동했고, 이 냄새 다 빼려면 얼마나 걸릴까 하고 계속 재촉하는 말도 안되는 나의 요구에도 하나하나 대답해주었다
마음에 안드는 그 룸에서 고객들이 새 룸이 준비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촉박한 상황에 룸의 태블릿까지 작동이 안되어 그 촉박한 시간에 IT부서까지 와서 점검해야 했고, 프론트 부서에 룸 준비 상황을 시시각각 보고해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쾌적한 룸을 준비하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체크아웃 날 정류장까지 에스코트 가는 길에 고객들과 이런 저런 대화 나누는데, 룸이 너무 깨끗했고, 욕실 어메니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하셨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그날 그 분들과 함께 있다는 이유로 내가 받았다.
이렇게 성공적인 경험의 공치사는 어떻게 돌려야 하는 걸까? 하나하나 돌아보니 나는 내가 30% 정도 행하였고, 70%는 모두 내 곁의 인연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음을 알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반대로 내가 도움주는 사람들의 말을 허투루 듣고, 혼자서 그 일을 욕심내거나 성과를 독차지하려 했다면 그만큼 서비스의 퀄리티도 떨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킹더랜드에 나온 이 대사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 앉으실 손님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정성을 담았잖아요. 그 정성을 제가 펼치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