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6~09.12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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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won Jeong

  • 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정직원으로 올려주겠다는 말을 들어도 그렇게 신나진 않는다. 그러려니. 어디 가지 말고 여기에 있으라는 듯한 말이 나에겐 답답하게 느껴진다
  • 직장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면 안된다. 직장은 그저 내 삶을 더 잘 살아가게 해주는 방편이고 총알일 뿐이라는 점장님의 말. 동의가 될듯 말듯 하다
  • 오랜만에 바텐더 시절 단골 손님을 만나고 지인의 바에도 놀러갔다. 매일 걷던 거리도 누군가와 같이 걸으니까 더 예쁘고 좋은 점이 많이 보였다.
    우리동네 가로수들, 하늘의 구름, 서울 드라이브할 때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들까지.
  • 구리의 한옥 카페에 갔다. 루프탑에서 보는 뷰가 멀리서 볼 땐 더 좋아보여서 그 자리 앉은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막상 가보니 지저분한 것들도 많이 보이고, 내가 앉은 자리에서 멀찍이 보는 뷰가 훨씬 좋았다고 느꼈다. 마치 이게 인생 같았다 ㅎㅎ 욕망하던 무언가를 가까이서 경험하면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것
  •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을 배우고 싶다. 아마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 늘 혼자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재밌는 일들을 찾아서 하는 게 참 부지런한 것 같다고 했다. 갓생 사는 것 같다고도 했다. 굳이 부정하진 않았다
  • 휴무에 외교부에서 진행하는 포럼에 단기 알바로 갔다. 큰 행사의 일원이 된 느낌이 되는 것이, 호텔의 넓은 로비에 서 있으면서 그곳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듯한 느낌이 들던 옛날 생각이 났다. 난 누구를 대표하고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자세도 변하고 표정도 변한다
  • 포시즌 호텔은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모던하고 과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유니폼, 조명, 향, 인테리어 전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 캐비어에 스테이크까지 들어간 비싼 호텔밥을 먹게 해줬다. 그저 맛있었다ㅠ 호텔 IRD 서빙해본 짬이 있어서 어떤 커틀러리로 어떤 순서로 먹어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자연히 알았다
  •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느낀다. 웬만한 소통은 할 줄 안다고 해도 완전 프리토킹이 되면 훨씬 기회가 많아진다.
  •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변동성이 많고 재밌는 삶을 원한다. 시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 도시계획학과 전공 대학원생, 프리랜서 공연기획자 등등. 하는 일은 달라도 비슷한 결의 사람들이 만났다
  • 곧 생일이다. 엄마에게 사골국이랑 갈비찜을 해주실 수 있냐 물었다. 이런 말을 해본 기억이 많진 않은데 먹고 싶은 거 원하는 것을 가볍게 물어본 것이다. 결정은 상대가 하되 내가 원하는 건 언제나 말해볼 수 있다. 엄마는 당연히 해주신다 하시지만 묻기 전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다.
  • 책 반납하러 가는 길 지하철이 가장 효율적인데 깜빡하고 버스를 탔다. 이미 한 선택은 문제 삼지 말자 생각했다. 비효율적 경로로 간 덕에 선선한 가을 초입 산책을 즐길 수 있었고, 올리브영에 화이트 네일 재고가 있는 걸 우연히 발견해 득템에도 성공했다
  • 이 일도, 저 일도 다 스스로 해내려고 아등바등했다. 급하게 모든 일을 소화하려다 보니 실수가 났다. 우리도 있다고, 혼자 모든 걸 다 하려는 생각은 안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모든 일에 내 손을 거치게 하려는 생각은 날 피로하게 하고 주변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 요즘 러닝을 많이 추천받아서 모처럼 휴무 전날에 올림픽대교에서 자양역까지 삼십 분 정도 저녁 조깅을 했다.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느리지만 꾸준한 페이스로 뛰는 동안 기분이 상쾌했던 것 같다. 날 스쳐지나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내면서도 ‘느리지만 내 페이스를 지키자’ 라고 생각했다
  • 몇 일간 알람시간 보다 좀 더 일찍 일어나 아침 그릭요거트도 해먹고, 이불빨래도 하고, 일지를 쓰기도 했다. 주어진 스케줄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은 오늘 하루를 내 주도로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삶의 중심을 갖게되는 느낌이다
  • 질투가 나고 불편하다. 나보다 어리고, 똑똑한 것 같고, 인정받는 것 같고, 늘 옳은 말 바른 말로 꼭 상대 말을 바로잡고 지나가야 하는 것 같은 사람이.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을 갖고 있어 질투가 난다
  •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래도 훨씬 자주 하게 된 요즘이다. 생색내고 싶은 거, 불편한 거, 양해할 수 없는 것. 그런 게 내겐 해방처럼 느껴진다
캬 하이볼
  • 동생과 신세계 강남 스위트 파크에서 디저트 투어를 했다. 야심차게 갔지만 한개 먹고 배불러서 배를 부여잡고 다녔다. 보고싶던 동생을 오랜만에 만나니 애틋했다. 혈육의 정은 다른 것 같다
  • 인사이드 아웃 2 :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나를 그대로 안아줄 때 다시 평온함과 기쁨이 찾아온다. 불안이도 슬픔이도 나를 위하는 마음은 다 같다.

25.10.04~10.10 일지

25.09.27~10.03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