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나는 우리 매장에서 생일인 직원들의 케이크를 챙기는 역할을 맡고 있다. 복잡한 업무는 아니지만 생일자를 미리 파악해서 해당자의 출근일에 케이크를 사오고 영수증을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은 항상 같은 빵집에서 똑같은 케이크를 사오다가, 이번엔 뭔가 새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학교 근처에 생딸기 케이크로 웨이팅도 길고 사전에 예약해야 하는 빵집이 있는데 이번에는 몇 일 전에 미리 예약을 해서 새로운 케이크를 구입했다.
미리 챙겨서 예약도 해야 하고, 조금 더 귀찮은 감은 있지만 맡겨진 역할에서 조금 더 발전해 보고자 하는 생각은 작은 업무 큰 업무 가리지 않고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들은 단순하다면 단순하다.
‘나는 이것보단 더 복잡하고 중요한 업무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라고 스스로 자주 생각하지만,
현재 내게 맡겨진 일이 이것이라면 그에 대한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더 중요한 일도 맡을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2.
손님들에게 향수를 추천할 때, 말없이 그냥 향을 추천하면 단칼에 ‘제 스타일 아니에요.’ 라고 하는 경우도 많은데,
“왠지 고객님께 이런 향이 날 때,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뭔가 청량하고, 깨끗한 이미지요.” 라고 이야기하면
그 향을 두 번 세 번 더 깊게 맡아 보면서 좋은 평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향을 묘사하는 것 같지만, 당신이 가진 이미지가 이러해서 좋게 느껴진다고 누군가가 이야기해주는 것이니까.
그렇다고 내가 거짓말로 지어내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다. 그 사람의 옷차림, 화장 스타일, 성격 등에서 잘 어울릴 것 같은 향 몇 가지가 머리에 떠오르면 그걸 추천하는 것이다 ! (만약 그게 여러 개일 때는 푸쉬해야 하는 제품 순으로…ㅎㅎ)
초반에는 향수의 노트를 외워서 그것들을 줄줄 읊곤 했었는데, 생각 보다 구체적인 노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 보다는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 나와 닮은 향을 택하게 된다.
강인하고 세보이는 인상을 가졌지만 사실 여린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어떤 향수를 추천하면서
“이 날카로움이 지나고 나면 남는 잔향은 굉장히 부드러워요. 그리고 투명해요.” 라고 설명을 할 수 있으려면
향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지만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
난 아직 향수의 ㅎ도 모르지만 아로마 테라피라는 것도 있는 걸 보면 향은 사람의 심리 치유에도 작용하는 중요한 감각인가 보다.

3.
인생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나는 딱히 누군가에게 의논해본 기억이 없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했다. 따라오는 결과가 잘못됐었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늘 내가 갖춘 만큼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그보다 더 현명한 판단의 경우의 수도 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마카오 호텔에서 퇴사하고 한국 오는 것도, 한국 와서 씨게 고생하고 나니까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누군가에게 의논이라도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같은 지점에 계약직으로 계속 남아있겠는지 or 다른 지점으로 로테이션 가서 좀 더 빨리 정규직이 될지> 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처음으로 직장 선배들에게 의논해봤다. 모두 의견은 달랐고, 결국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겠지만 나에게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좀 더 힘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러나 저러나 아직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으니, 아직 결정할 때가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