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30~9.5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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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won Jeong

  • 요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평소에 당연하게 생각하고 지나친 것들도 외국인들은 신기하고 아름답게 본다는 걸 알았다. “된장찌개 두부와 밥을 같이 먹는 게 가장 맛있어요.” “어떻게 이 높은 롯데월드타워를 지었을까요?” “한국은 횡단보도가 두 줄이에요” 그래서 나도 아침에 출근하며 괜히 롯데타워 한 번 올려다 보고, 된장찌개 두부의 부드럽고도 짭짤한 식감을 즐겨봤다. 인생을 여행하듯 산다면, 매일이 신기하고 재미있겠단 생각이 든다.

  • 회사에서 다들 서로 서로 친해 보이고 재밌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을 때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 보면 종종 소외감이 느껴졌다. 그럴 땐 말수도 없어지고 불편하게 행동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무슨 얘기 하고 있어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요?” 하고 먼저 다가가기도 했고, 재밌어 보이는 분위기에 직접 뛰어드는 용기를 냈다.

  • A조 출근할 때 한 이십 분 정도 일찍 가서, 불꺼진 백화점에 혼자 앉아 스킨케어를 한다. 그 때 안써본 스킨케어나 메이크업 제품 다 써볼 수 있다. 이번엔 수블리마지 뤼미에르 크림, CC크림, 르리프트 탄력크림, 뚜쉬드뗑 파운데이션 등등 써봤는데, 써봐야만 알 수 있는 장점도 알게 되고 텍스처 특징도 알게 되어 손님에게 설명할 때 잘 써먹었다.
에비뉴엘 6층 호수 뷰 맛집
  • 점심먹고 석촌호수 뷰 카페에서 스콘과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마시며, 요즘 선배가 빠진 러닝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러닝도 꽤 재밌을 것 같다. 가을엔 날이 선선해지니 좀 더 걷고 싶다.

  • 누구랑 서먹해지거나 누가 날 불편해하는 것 같을 때는 많은 에너지를 썼다. 요즘은 하다 하다, 그냥 “그런가 보지” “이것도 나름 편하네”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그 에너지를 남겨오면 날 위한 일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 손님께 립스틱을 추천해서 트라이하셨는데, 어떠냐는 물음에 성숙해보인다 대답했다. 이지적이고 정말로 확 분위기가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성숙해보이는 느낌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단어는 30대 이후 여성에게 절대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단어임을 다시 느꼈다. 이렇게 새로 배웠다
  • 지인들과 북악산에 있는 ‘부암동 7번지 제빵소’라는 곳에 다녀왔다. 빵을 테이블 가득 시켜놓고 아이스 녹차라떼랑 먹었는데 만족스러웠다 ㅎㅎ 이 사람들과 만나면 평소에 떠오르는 영감들, 하고있는 노력들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다. 나도 내가 직장에서 느끼는 인정받지 못하는 기분, 스스로가 중요하지 않은 듯한 느낌, 그래서 자꾸 다른 곳을 그리게 된다는 느낌에 대해 털어놓았다. 스스로 중심을 찾아야 여기도, 저기도 괜찮아지는 순간이 온다고 했다.

  • 같이 만난 사람의 갤럽 강점 중 하나가 <정리>라고 한다. 어쩐지 평소에 노션에 기록하고 정리하는 거 보면 어떻게 저렇게 하지 싶었는데, 나도 노션을 좀 써보고 싶어서 그날 바로 노션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워드에 쓰는 것보다 기록의 형태도 훨씬 다양하고, 쉽게 손이 가는 것 같다.
부암동 7번지 제빵소
  • 집에 가는 길 떠오르는 오늘 나눈 얘기들. 나를 위한 시간(ME TIME)은 뭘까?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뭘까? 더하는 것 말고… 빼기. 내 밀도가 모자라 휘청거리고 주변에 자꾸 끌려다니니, 다시 내실을 기르자.

  • 지하철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었다. 2호선 타려면 어떻게 가냐고. 평소같았으면 그에 대한 답만 해주고 지나쳤겠지만 요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자주 봤기 때문에, 어디 역으로 가는지 먼저 묻고 몇 정거장 가야 도착하는지까지 자세히 알려줬다. 외국인들 대상으로 서울 가이드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 요즘 밤마다 푹 잔다. 아침에 개운해서인지? 컨디션도 좋았다.

  • 태권도를 그만 두고 도장에 놓고 온 도복을 가지러 가는 게 무서웠다. 가면 만날 관장님, 다른 수련생들… “잘 하는 것 같더니 그만 두네” “가나 보네” 이런 시선을 받을까봐.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날에, ‘괜찮아 도장 앞에 가는 것만으로 성공한 거야’ 생각하며 가지고 나왔다. 심지어 락커 키도 관장님께 직접 반납했다. 그리고 휴관하겠다 알렸다. 그만두는 마당이지만 그게 자랑스러웠다.
밤산책
  • 회사에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저 일을 하고 있지 않은 날 보고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생각할까봐 무리해서 이 일 저 일 건드리고,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그러다 과부하가 온다. 그걸 스스로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시작이라 봐주고 싶다. 현실은 선배들이 날 전혀 그렇게 보지 않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감시자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과감히 내일로 미루고 쉬는 시간은 쉬어야겠다.

  • 한달에 계절이 있다면 지금은 봄이다. 하고 싶은 거, 해야 할 거 같은 거, 가고 싶은 곳 등 의욕이 막 떠오르고 몸이 먼저 나가는 시기다. 이럴 땐 생명력이 있는 것 같지만 조급함에 과해져버리기도 하니, 모든 시기와 감정에는 좋기만 한 건 없는 것 같다.

  • 회사에서 만들어가고 있는 나의 방식들. 첫째로 브러쉬 세척하는 게 빨라졌다! 이런 건 사소한 일이라 생각해 발전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런 데 쓰기도 창피하게 느꼈지만, 이제는 빨리, 그리고 적당히 깨끗하게 세척할 수 있다. 나만의 루틴도 생긴 것 같다. 둘째로 꼼꼼한 결제 루틴. 얼마 전에는 나만의 방식으로 단체고객 결제를 해드리는데 내가 느리다고 클레임을 받았다. 봤던 것도 두번 세번 확인하고, 루틴대로 차분하게 진행하다보니 더 늦어졌을 것도 같다. 나는 바로 내 탓으로 가지고 왔는데, 점장님과 다른 선배들은 그 사람이 결제 품목도 많고, 그 많은 인원을 다 현금으로 결제했기 때문에 당연히 늦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절대 빨리 하려고 할 필요 없고 나의 페이스대로 지금처럼 꼼꼼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여 내가 하는 방식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됐다.
  • 나한테 호감이 있는 사람이 늘 자기 일상 사진을 보내고, 뭐 먹었는지, 어디 갔는지를 보냈다. 맥락도 없이 갑자기 툭 하고.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호감 가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되겠다고.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엔 더 좋아 보인다. 여유있는 사람이 매력이 있다는 말이, 연프를 봐도 다들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그렇지 않고 상대 말을 들어주고 물어주는 사람은 단숨에 가장 매력있는 사람이 된다.

  • 당신은 상대가 무례해도 웃어준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가끔 무례함을 감지하는 레이더가 느린 것 같기도 하고, 웃음을 남발했던 것 같다. 이렇게 무르고 서툴고 찌질한 듯한 모습도 내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 난 왜 착해빠졌지. 당당하지 못하고 눈치 보지. 그런 자괴감이 또 들었고 그에 빠지려 할 때 알아차리고 그럴 수도 있지, 이것도 나지 했다는 것에 상담사님이 칭찬을 해주었다
  • 나를 위한 휴무 보내기 일환으로 한강뷰 도서관에 갔다가 구리 쪽 한옥 카페에도 다녀왔다. 찜해둔 곳 하나씩 가보기! 바닐라라떼랑 스콘 조합 또! 같이 먹으면 참 맛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뜨거운 햇살, 실내에서 <럭셔리 코드> 라는 책을 읽었다

25.10.04~10.10 일지

25.09.27~10.03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