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처음엔 그냥 힙해 보이고 싶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한다. 하지만 계속 쓰다 보니 진짜 이유가 생겼다.

필름은 36장이다. 한 롤을 다 쓰고 현상소에 맡기고 일주일을 기다린다.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이 과정이 스마트폰 사진과 완전히 다른 경험을 만든다.

36번의 기회밖에 없으니 셔터를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더 주의 깊게 보게 된다. 실패해도 삭제할 수 없으니 실패마저 받아들이게 된다.

비닐 레코드도 마찬가지다. 노래 하나를 듣기 위해 반드시 레코드를 꺼내야 한다는 의식이 음악을 더 소중하게 만든다. 불편함이 오히려 집중을 만든다.